왜 계속 이 이야기를 하는가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검사도 처치도 아니라, 설명입니다.
마취가 무서워 치료를 미루는 보호자님을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치과 진료를 미루다 턱뼈가 약해져 가벼운 외상에도 부러지거나, 유선 종양 제거를 미루다 악성으로 확인되어 폐 전이와 함께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험한 것은 마취 자체보다, 미루는 사이에 나빠지는 상황일 때가 많습니다.
막연한 인상 대신 숫자로 말씀드립니다. 영국에서 강아지 98,036마리를 추적한 대규모 연구에서 마취 관련 사망은 약 0.17퍼센트였고, 건강한 강아지는 0.05퍼센트였습니다. 위험도는 나이가 아니라 ASA 등급, 즉 환자의 전신 상태로 평가합니다.
위험은 막연한 인상이 아니라
검사와 평가로 판단해야 합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질문은 대개 의학적인 것만이 아닙니다. 여기서 멈추는 것이 맞는지, 이 치료가 아이를 위한 것인지 보호자를 위한 것인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신이 나쁜 보호자인 것은 아닌지. 그런 질문들이 검사 결과보다 먼저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설명에 시간을 많이 씁니다. 항암치료의 목표는 아픈 채로 오래 버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이 괜찮은 기간을 늘리는 것이라는 이야기, 여러 질환이 겹친 아이일수록 모든 치료를 한꺼번에 시작하기보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합니다.
진료실에서 한 명씩 만나 전할 수 있는 이야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영상과 글로도 남기고 있습니다. 병원에 오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면 좋았을 이야기들이 아직 많습니다.

